
서울 시내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택시를 탄 외국인 관광객이 약 70만 원을 결제한 일이 알려지며 '바가지요금' 논란이 다시 커졌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대만인 관광객은 서울 광진구에서 호출 앱으로 택시를 불러 서울역으로 가다가 목적지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로 바꿨다. 추가 요금은 앱에 등록된 카드로 자동 결제될 예정이었지만, 공항에 도착하자 기사가 차량 안 단말기로 따로 결제하라고 요구했다. 비행기 시간이 임박했던 관광객은 통행료를 포함해 69만 800원을 냈다. 같은 구간의 일반 요금은 7만 원 안팎이다.
이런 일이 드문 것도 아니다. 국회에 제출된 서울시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외국인 관광객의 택시 부당요금 신고는 6,481건이었다. 그러나 경고, 자격정지, 자격취소 같은 행정처분으로 이어진 것은 204건, 3.1%에 그쳤다.
요금을 10배 받으면 행정처분만으로 끝나는 것일까. 바가지요금이 사기죄가 되는 지점은 어디일까.
1. 부당요금은 먼저 행정 제재 대상이다
가. 택시운수종사자의 준수사항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1항은 택시운수종사자가 부당한 운임 또는 요금을 받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를 어기면 국토교통부장관은 운전 자격을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자격 효력을 정지할 수 있고, 같은 법 제23조에 따라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도 부과된다.
나. 행정 제재만으로는 돈이 돌아오지 않는다
문제는 과태료나 자격정지가 피해자의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행정처분은 운전기사에게 내리는 제재일 뿐, 더 낸 요금을 돌려받는 절차가 아니다. 피해 회복을 원한다면 형사 고소나 민사 청구를 따로 검토해야 한다.
2. 바가지가 사기죄가 되는 경우
가. 비싸게 받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사람을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핵심은 '기망', 즉 속였느냐다. 가격이 비싸다는 사실만으로 사기가 되지는 않는다. 손님이 가격을 알고 동의했다면 비싼 거래일 뿐이다.
나. 법원이 보는 기준
대법원 2002. 2. 5. 선고 2001도5789 판결상품 선전에 다소의 과장이 따르는 것은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한 기망이 아니지만, 거래에서 중요한 사항에 관해 구체적 사실을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하면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
요금은 택시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미터기나 앱이 정한 요금이 있는데도 "이 금액이 정상 요금"이라고 속이거나, 앱 결제가 안 됐다고 거짓말을 해 다시 결제하게 했다면 '구체적 사실의 허위 고지'로 볼 여지가 크다. 반대로 요금 체계를 미리 설명하고 손님이 동의했다면 사기로 보기 어렵다. 결국 결제 당시 무엇을 말했고 무엇을 감췄는지가 승부를 가른다. 기사가 정확한 요금을 알고도 손님이 모르는 것을 이용했다면 침묵도 기망이 될 수 있다.
3. 더 낸 돈을 돌려받는 방법
가. 형사 절차에서 배상명령
사기로 고소해 재판에 넘겨지면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의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유죄판결을 선고하는 법원이 피해 금액의 배상을 함께 명하는 제도로, 따로 민사소송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피해 금액이 특정되고 배상 책임이 명백해야 하므로 결제 내역과 정상 요금을 비교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
나. 민사 청구와 카드 결제 이의제기
사기죄가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에도 정상 요금을 넘는 부분은 부당이득 반환이나 불법행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다. 금액이 크지 않다면 소액사건 절차가 현실적이다. 카드로 결제했다면 카드사에 결제 이의를 제기하는 방법도 함께 시도할 만하다.
4. 바가지를 당했을 때 할 일
가. 그 자리에서 남길 것
영수증을 반드시 받고, 차량 번호와 회사명, 탑승·하차 시각을 사진으로 남긴다. 호출 앱을 썼다면 앱의 예상 요금 화면과 이동 경로 기록이 가장 강력한 증거다. 기사가 한 말은 녹음해 두면 나중에 '속였는지'를 증명하는 데 결정적이다. 결제를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일단 결제하되 이의를 남겨 두는 편이 낫다. 요금이 부당하다는 문자나 앱 메시지 한 줄이 나중에 그 금액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된다.
나. 신고와 고소는 함께
부당요금은 다산콜센터(120)나 지자체에 신고해 행정처분을 구하고, 금액이 크거나 거짓말이 있었다면 경찰에 사기로 고소한다. 외국인 관광객처럼 곧 출국해야 하는 피해자는 대리인을 통해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신고와 고소는 서로 막지 않는다. 행정처분 기록은 형사 절차에서도 유용한 자료가 된다.
5. 맺으며
택시 한 번의 바가지는 피해자 개인에게는 수십만 원의 손해지만, 관광지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신고의 97%가 행정처분 없이 끝나는 구조라면 '걸려도 경고'라는 계산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요금을 속여 받은 행위는 행정 위반을 넘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피해자는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이 더 널리 알려져야 한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0. 19.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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