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장 잔액이 갑자기 늘어났는데 보낸 사람은 "송금이 실패했다"는 안내를 받았다. 지난 7일 오후 2시 20분부터 약 30분 동안 토스뱅크에서 일어난 일이다. 내부 송금 시스템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다른 금융기관의 이체 실패 건이 토스뱅크 계좌에는 입금된 것처럼 반영됐다. 잘못 찍힌 금액은 324억 9,300만 원에 이른다.
토스뱅크는 사고 뒤 대상 고객에게 오류 사실을 알렸고, 닷새 뒤인 12일에야 잘못 반영된 입금을 취소하겠다고 안내했다. 실제로 받아야 할 돈이라면 송금인에게 다시 이체를 요청해 달라는 설명도 붙었다. 약 250억 원은 회수됐고 나머지는 처리 중이다. 송금에 쓰인 다른 금융기관 계좌에서 실제 출금은 없었으니 고객 자금이 사라지는 손실은 없었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고, 금융감독원은 경위와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
은행이 실수로 돈을 더 찍어 준 셈이니 고객 잘못은 없다. 그러나 "내 돈이 아닌 돈이 통장에 들어와 있는" 상황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는 꼭 짚어 둘 문제다. 손대는 순간 법적 책임이 생기기 때문이다.
1. 이번 오류는 무엇이 달랐나
보통 말하는 착오송금은 보내는 사람이 계좌번호나 금액을 잘못 눌러 돈이 실제로 다른 사람 계좌에 들어가는 경우다. 이번 일은 다르다. 보내는 쪽 은행에서는 이체가 실패했는데 받는 쪽 장부에만 입금 기록이 생겼다. 돈은 오지 않았는데 숫자만 늘어난 장부상 오류다.
그래서 토스뱅크는 입금 기록을 취소하는 방법으로 바로잡겠다고 했다. 문제는 그 사이에 늘어난 잔액을 믿고 돈을 쓴 고객이다. 실제로 받아야 할 거래대금이었다면 송금인에게 다시 보내 달라고 하면 되지만, 받을 이유가 없는 돈을 꺼내 썼다면 은행에 돌려줘야 하고 형사책임까지 문제될 수 있다.
2. 잘못 들어온 돈을 쓰면 어떻게 되나
가. 착오로 입금된 돈을 꺼내 쓰면 횡령죄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착오로 송금된 돈을 함부로 인출해 쓴 행위를 횡령죄로 본다. 송금인과 예금주 사이에 아무런 거래관계가 없어도 신의칙상 보관관계가 생긴다는 논리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의 횡령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어떤 예금계좌에 돈이 착오로 잘못 송금되어 입금된 경우 그 예금주와 송금인 사이에 신의칙상 보관관계가 성립하므로, 피고인이 송금 절차의 착오로 자기 명의 계좌에 입금된 돈을 임의로 인출하여 소비한 행위는 횡령죄에 해당하고, 송금인과 피고인 사이에 별다른 거래관계가 없더라도 마찬가지다.
이 사건에서 원심은 피고인이 송금한 회사와 거래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횡령을 무죄로 봤지만, 대법원은 그 판단을 뒤집었다. 주운 돈을 가진 것과 같은 점유이탈물횡령(형법 제360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볍게 끝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 은행의 전산 오류로 늘어난 잔액은 어떻게 보나
이번처럼 돈이 실제로 오지 않았는데 잔액만 늘어난 경우는 송금인이 아니라 은행과 예금주 사이의 문제가 된다. 사안마다 법적 구성은 달라질 수 있지만, 핵심은 같다. 잘못 들어온 돈임을 알면서 꺼내 썼다면 은행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 의무가 생기고, 사정에 따라 형사책임까지 따라붙을 수 있다. 은행이 입금 취소로 잔액을 바로잡는 것은 정당한 정정이므로, 이를 두고 고객이 손해를 주장하기도 어렵다.
다. 수취 은행이 그 돈으로 대출금을 상계할 수 있나
착오송금에서 자주 다투어지는 또 하나의 문제는 수취 은행의 상계다. 돈이 잘못 들어온 계좌의 주인이 그 은행에 대출 연체가 있을 때, 은행이 "들어온 예금으로 대출을 갚은 것으로 처리하겠다"고 할 수 있는지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0다212958 판결송금의뢰인이 착오송금임을 이유로 반환을 요청하고 수취인도 이를 인정해 반환을 승낙하고 있는 경우, 수취은행이 수취인에 대한 대출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착오송금된 예금채권과 상계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의칙에 반하거나 상계권을 남용하는 것이다.
자금이체 시스템을 운영하는 은행이 이용자의 실수를 기회로 삼아 채권을 회수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다만 그 예금이 이미 제3자에게 압류돼 있었다면 압류된 금액 범위 안에서는 상계가 가능하다는 단서가 붙는다.
3. 돈이 잘못 들어왔거나 잘못 보냈다면
가. 잘못 들어온 쪽이 할 일
첫째, 손대지 않는다. 잔액이 늘어난 이유를 모르겠다면 은행에 먼저 확인한다. 둘째, 은행의 오류 통지와 정정 안내 문자를 지우지 말고 보관한다. 셋째, 자동이체나 카드 대금이 그 돈에서 빠져나갔다면 바로 은행에 알리고 정산 방법을 협의한다. 모르고 쓴 것과 알고 쓴 것은 전혀 다르게 평가되므로, 알게 된 시점 이후의 행동이 중요하다.
나. 잘못 보낸 쪽이 할 일
보낸 은행을 통해 반환을 요청하는 것이 첫 단계다. 수취인이 연락을 피하거나 거부하면 예금보험공사의 착오송금 반환지원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예금자보호법 제39조의2는 공사가 송금인의 신청을 받아 수취인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매입해 소송 없이 회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래도 돌려받지 못하면 부당이득반환 소송과 함께 횡령죄 고소를 검토한다. 수사가 시작되면 수취인이 서둘러 돌려주는 경우가 많다.
다. 기록을 남겨야 다툴 수 있다
거래내역서, 은행과의 통화, 안내 문자는 모두 증거다. 은행의 정정 과정에서 손해가 생겼다고 판단되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고, 그때도 기록이 있어야 주장이 선다.
4. 맺음
이번 사고에서 고객이 잃은 돈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금융사의 전산 오류가 수백억 단위로 벌어지고 정정 안내까지 닷새가 걸렸다는 점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내부통제는 금융사의 몫이지만, 통장에 찍힌 숫자가 곧 내 돈은 아니라는 상식은 고객이 챙겨야 한다. 잘못 들어온 돈은 손대지 않는 것이 가장 싸게 끝나는 길이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0. 23.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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