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 2026. 10. 21.

다섯 살 집주인이 못 돌려준 전세금 6억, 세입자는 누구에게 받아야 하나

미성년자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로 본 사기죄 성립 기준, 임차권등기명령과 소송 절차, 계약 전에 확인할 것.

사진 Image Catalog, CC0(Openverse)

전세 계약서의 임대인란에 다섯 살 아이의 이름이 적혀 있다면, 그 계약을 믿고 수억 원을 맡길 수 있을까. 실제로 5살 임대인이 전세금 6억 원을 돌려주지 못한 보증사고가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9월까지 미성년자 임대인에게서 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는 40건, 70억 원에 이른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대신 갚아준 56억 원 가운데 임대인에게서 회수한 돈은 17억 원뿐이고, 사고를 되풀이한 미성년 임대인도 6명이었다. 공사는 이달 30일부터 미성년자가 반환보증에 가입하려면 부모 등 법정대리인이 연대보증을 서도록 했다.

부모가 자녀 명의로 집을 사 두고 계약은 부모가 관리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문제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을 때다. 집주인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은 세입자가 돈을 되찾는 길을 어떻게 바꾸는가.

1. 미성년자도 집주인이 될 수 있다

미성년자도 부동산을 소유할 수 있고 임대인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스스로 계약을 맺을 능력이 제한되므로 실제 계약은 법정대리인인 부모가 대신 맺거나 동의한다. 겉으로는 평범한 전세계약이지만, 보증금을 돌려줄 의무는 원칙적으로 명의자인 아이에게 있다.

아이에게 집 말고는 재산이 없다는 점이 핵심이다. 집값이 보증금 아래로 떨어지거나 선순위 대출이 많으면, 집을 팔아도 보증금을 다 갚을 수 없다. 공사가 대신 갚은 돈의 3분의 1도 회수하지 못한 숫자가 이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계약을 관리한 사람은 부모인데 갚을 의무는 아이에게 남는 어긋남, 이것이 미성년 임대인 사고를 풀기 어렵게 만드는 지점이다.

2. 보증금을 못 받으면 사기인가

가. 사기죄가 되는 경우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속여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얻은 사람을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처음부터 보증금을 돌려줄 생각이나 능력이 없으면서 이를 숨기고 계약해 보증금을 받았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 미성년자 명의를 앞세워 계약을 관리한 부모가 이런 계획을 세웠다면 부모가 처벌 대상이 된다.

나. 반환하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반대로 계약 당시에는 돌려줄 형편이 됐는데 나중에 집값이 떨어져 못 돌려준 경우라면 민사 문제로 남는다. 법원은 무엇을 숨긴 것이 기망이 되는지를 엄격하게 따진다.

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2도16422 판결

자기 자금 없이 전세 낀 오피스텔을 사들여 전세보증금 반환채무를 떠안은 사안에서, 매수인에게 보증금 변제 자력에 관한 고지의무가 있었다거나 매도인이 그 자력을 착오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사기 유죄를 파기했다.

이 판결은 매도인을 피해자로 본 사건이지만, 전세 관련 사기에서 "돈을 못 돌려줬다"는 결과만으로 처벌이 정해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고소를 준비한다면 계약 당시의 자금 사정, 같은 수법의 반복, 명의만 빌린 정황 같은 사실을 모아야 한다.

3. 세입자가 돈을 되찾는 방법

가. 보증과 임차권등기명령부터

반환보증에 가입했다면 보증기관에 이행 청구를 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보증이 없거나 부족하다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의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다. 임대차가 끝났는데 보증금을 받지 못한 임차인은 법원에 이 명령을 신청할 수 있고, 등기를 마치면 이사를 가더라도 이미 얻은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된다. 이사부터 하고 등기를 미루면 순위를 잃을 수 있으니 순서를 지켜야 한다.

나. 소송 상대는 아이, 서류는 부모에게

보증금 반환 소송의 피고는 명의자인 미성년 임대인이다. 민사소송법 제55조에 따라 미성년자는 법정대리인에 의해서만 소송행위를 할 수 있으므로, 소장에는 법정대리인인 부모를 함께 적고 송달도 부모에게 간다. 판결을 받으면 그 집에 강제경매를 신청해 배당을 받는다. 부모가 연대보증을 섰거나 사기에 가담했다면 부모 개인 재산에도 손을 뻗을 수 있다.

소송이 길어질 것 같다면 판결 전에 그 집에 가압류를 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소송 중에 집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거나 추가 담보가 설정되면 회수할 몫이 줄어든다. 사기 혐의로 형사재판이 열리면 그 절차에서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도 있지만, 범위가 좁고 다툼이 많은 사건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민사 소송과 함께 준비하는 편이 안전하다.

다. 계약 전에 확인할 것

임대인이 미성년자라면 계약 전에 등기부의 선순위 채권, 집의 시세와 보증금 비율, 부모의 동의서와 가족관계 서류를 반드시 확인한다. 가능하면 특약으로 부모의 연대보증을 받아 두는 편이 안전하다. 계약을 부모가 주도했다는 기록, 즉 문자와 통화, 입금 계좌도 보관해 두면 나중에 책임을 묻는 근거가 된다.

4. 명의만 아이에게, 책임은 누구에게

미성년자 임대인 제도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상환 능력이 없는 명의자를 앞세워 보증 제도의 혜택만 누리고 손실은 세입자와 보증기관에 떠넘기는 일은 막아야 한다. 이달 말부터 시행되는 법정대리인 연대보증은 그 첫걸음이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집주인의 나이가 아니라 돌려받을 수 있는 구조인지를 봐야 한다. 서류 몇 장을 더 확인하는 수고가 수억 원을 지킨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0. 21.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다른 칼럼

글 신동우 대표변호사 · 2026. 10. 21.

사기 피해 회복은 대응 속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모든 상담은 대표변호사가 직접 진행합니다. 방문 · 전화 · 비대면 모두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