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원주에서 아귀찜 식당을 하는 사장이 배달 주문을 받은 뒤 "아귀가 3개, 홍합이 1개밖에 없다"며 음식을 회수하고 환불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사장은 1년 전부터 조리대 위에 CCTV를 달아 두었고, 영상에는 아귀 7조각과 홍합 3개가 담기는 장면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캡처를 보내자 손님은 "사진만 찍어 보낸 것"이라고 하다가 연락을 끊었다고 한다.
같은 보도에는 인천의 한 치킨집 사연도 실렸다. "눅눅해서 맛이 없다"며 환불을 신청한 주문을 회수해 보니 21조각 가운데 10조각만 남아 있었고 콜라와 소스도 없었다는 것이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배달 거지'라는 말이 돌 만큼 이런 일은 드물지 않다. 그렇다면 거짓 하자를 내세운 환불 요구는 법적으로 어디까지 문제 삼을 수 있을까.
1. 불만 제기와 사기는 어디서 갈리나
가. 정당한 클레임은 범죄가 아니다
음식이 식었다, 양이 적어 보인다, 맛이 기대와 다르다는 말은 손님의 정당한 의견일 수 있다. 사실과 조금 다르게 느꼈더라도 착오나 주관적 평가에서 나온 말이라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모든 항의를 범죄로 몰아가면 오히려 분쟁이 커진다.
나. 거짓 사실로 돈을 돌려받으면 사기죄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사람을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음식을 받아 놓고 내용물이 빠졌다고 거짓말해 환불금을 받아내면 사장(또는 환불을 처리한 배달 플랫폼)을 속여 돈을 받은 것이 된다. 실제로 돈을 받지 못했더라도 거짓 주장으로 환불을 요구한 순간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볼 수 있고, 형법 제352조는 사기의 미수범도 처벌한다.
다. 법원이 보는 기준
대법원 2024. 1. 25. 선고 2020도10330 판결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으려는 과정에서 다소간의 허위나 과장이 섞인 언행을 하더라도 일반 거래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있는 범위 내라면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조정절차에서의 언행을 다룬 것이지만, 거래 과정의 과장과 기망을 가르는 기준은 배달 환불에도 그대로 적용해 볼 수 있다. "양이 좀 적은 것 같다"는 정도의 과장은 허용 범위 안에 있을 수 있다. 반면 7조각이 들어간 것이 영상으로 확인되는데도 3조각뿐이라고 우기며 환불을 받아내려 했다면, 거래관행으로 봐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거짓말로 평가될 여지가 크다.
2. 업무방해와 반복 행위
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형법 제314조 제1항은 위계 또는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거짓 하자를 내세워 리뷰 테러를 예고하거나 플랫폼에 허위 신고를 넣어 영업에 지장을 주면 사기와 별도로 업무방해가 문제 될 수 있다. 배달 플랫폼에서는 환불이 승인되면 가게의 정산금에서 그 금액이 빠지고, 취소가 잦은 가게는 노출 순위나 평점에서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거짓 환불 요구가 한 번의 금전 손해로 끝나지 않고 가게 운영 전체에 영향을 준다는 점은 피해를 설명할 때 구체적으로 밝혀 둘 필요가 있다.
나. 한 번과 여러 번은 다르다
같은 사람이 여러 가게를 돌며 비슷한 수법을 썼다면 고의를 다투기가 어려워진다. 개별 금액이 2~3만 원이어도 횟수가 쌓이면 피해 총액과 수법이 양형에 그대로 반영된다. 사장 한 명이 혼자 대응하기보다 같은 주문자 정보로 피해를 본 가게들이 기록을 모으면 수사기관이 상습성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3. 사장이 지금 챙길 것
가. 조리와 포장 과정 기록
이번 사례에서 사장을 지켜 준 것은 조리대 CCTV였다. 재료의 개수와 무게가 보이는 각도로 촬영하고, 주문번호와 시각이 함께 확인되도록 해 두는 것이 좋다. 영상 보관 기간이 짧은 장비라면 분쟁이 생긴 즉시 해당 구간을 따로 저장해야 한다. 회수한 음식은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고, 손님과 주고받은 문자와 통화 기록, 플랫폼 상담 내역도 지우지 않는다.
나. 신고와 환불금 회수
환불이 이미 처리됐다면 플랫폼에 소명 자료를 내고 환불 경위를 확인받은 뒤, 거짓이 명백한 경우 경찰에 사기(미수) 혐의로 고소할 수 있다. 금액이 작아 형사 절차가 부담스럽다면 지급명령이나 소액심판으로 환불금 반환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손님의 실명과 주소를 동의 없이 온라인에 공개하면 사장 쪽이 명예훼손 책임을 질 수 있으니, 공개 망신보다 절차를 택하는 편이 안전하다. 고소장에는 주문 일시와 금액, 조리 영상의 해당 시각, 손님이 주장한 내용과 실제 내용물의 차이, 환불이 처리된 경로를 시간 순서대로 적으면 된다. 수사기관은 손님의 신원을 플랫폼 자료로 확인할 수 있으므로 사장이 직접 주소를 알아내려 애쓸 필요는 없다.
다. 손님 입장에서 조심할 점
반대로 정말 내용물이 빠졌다고 생각하는 손님이라면 받은 직후 사진을 찍어 두고, 사장과 확인 절차를 거친 뒤 환불을 요구하는 것이 맞다. 증거 없이 우기다가 상대가 영상을 내놓으면 단순 착오였다는 설명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워진다.
4. 맺음
배달 시장에서 환불 판단은 대개 플랫폼의 몇 분짜리 상담으로 끝난다. 그 구조가 거짓 환불을 쉽게 만들고, 그 비용은 결국 작은 가게가 떠안는다. 플랫폼은 사업자가 낸 조리 기록을 환불 판단에 반영하는 절차를 갖추고, 반복 신청자에 대한 확인 장치를 둘 필요가 있다. 사장 역시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어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0. 22.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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