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처벌은 전화를 건 사람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피해자를 만나 현금을 받아 온 수거책, 받은 돈을 다른 계좌로 보낸 전달책은 사기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될 수 있고, 통장이나 체크카드를 넘겨준 사람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따로 처벌된다.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다'는 말이 통하는지는 채용 경위와 일한 방식 같은 정황으로 판단한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총책, 콜센터, 모집책, 수거책, 전달책으로 나뉘어 움직인다. 수사기관이 가장 먼저 붙잡는 사람은 대개 맨 아래에서 돈을 만지는 사람이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이들의 처벌 수위가 곧 피해 회복의 출발점이 되고, 수거책으로 지목된 사람에게는 자신이 무엇을 알았는지가 전부를 가른다.
1. 보이스피싱 처벌은 누구까지 미치는가
가. 현금수거책·전달책은 사기죄 공범
형법 제347조 사기죄는 사람을 속여 재물을 받으면 성립한다. 수거책은 피해자를 직접 속이지 않았더라도, 조직원과 순차적으로 뜻을 같이해 피해자의 돈을 받아 온 이상 공동정범으로 평가될 수 있다. 공모는 한자리에 모여 계획을 짜야 성립하는 것이 아니고, 서로 말없이 역할을 나눈 경우에도 인정된다.
나. 통장·카드를 넘겨준 사람은 전자금융거래법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은 대가를 받기로 하고 통장·카드 같은 접근매체를 빌려주는 행위, 범죄에 쓰일 것을 알면서 빌려주는 행위, 이를 보관·전달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위반하면 같은 법 제49조 제4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돈을 받기로 했다면 범죄에 쓰일 줄 몰랐다고 해도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사기 범행을 알았다면 사기방조나 공범 책임까지 더해질 수 있다.
2. '몰랐다'는 주장은 어떻게 판단되나
가. 대법원이 본 기준
수거책 대부분은 고액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고 시작했다며 고의를 부인한다. 대법원은 이런 주장을 정황으로 걸러 낸다.
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1716 판결현금수거책의 범의는 미필적인 것으로 충분하고 전체 범행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알 필요는 없으며, 채용 경위, 수거·송금 방식, 보수 수준, 나이와 경력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면접도 근로계약서도 없이 텔레그램으로 지시를 받아 가명을 쓰며 돈을 받았고, 모르는 사람 명의로 100만 원씩 쪼개 송금했다. 대법원은 이런 방식은 정상적인 수금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나. 수사에서 문제 되는 정황
수사기관은 채용 과정이 비대면이었는지, 회사 실체를 확인했는지, 남의 이름을 대거나 남의 개인정보로 송금했는지, 수거 금액에 비해 보수가 지나치게 높았는지를 본다. 대화방을 지운 사실은 불리한 정황으로 쓰이기 쉽다.
반대로 처음 한두 번 수거한 뒤 이상하다고 느껴 스스로 신고했거나, 실제 회사 사무실을 방문해 면접을 보고 근로계약서를 받았다는 사정은 고의를 부정하는 쪽의 자료가 된다. 결국 판단은 '그 상황에서 평범한 사람이라면 범죄를 의심했을까'라는 질문으로 모인다. 나이와 사회 경력이 많을수록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엄격해진다는 점도 위 판결에서 확인된다.
3. 피해자라면 지금 할 일
가. 지급정지와 피해구제 신청
송금했다면 즉시 112나 송금한 은행에 전화해 사기이용계좌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경찰에서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받아 피해구제 신청서를 은행에 낸다. 이 절차가 빨라야 돈이 다른 계좌로 빠져나가기 전에 묶인다.
나. 증거 보존과 배상명령
통화 기록, 문자, 받은 앱 파일, 송금 내역, 수거책의 인상착의를 정리해 둔다. 수거책이 기소되면 형사재판에서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고, 계좌 명의인을 상대로 한 민사 청구도 검토할 수 있다.
현금을 직접 건넨 피해자라면 만난 장소 주변의 CCTV가 수거책을 특정하는 가장 빠른 단서가 된다. 영상은 보존 기간이 짧으므로 신고할 때 장소와 시각을 정확히 알려 경찰이 서둘러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휴대전화에 원격제어 앱이 깔렸다면 초기화하기 전에 화면을 캡처해 두어야 한다.
4. 수거책·계좌 명의인으로 조사를 앞두었다면
가. 첫 조사 전에 정리할 것
구직 사이트 화면, 채용 담당자와 나눈 대화, 일당·지시 내용, 송금 영수증을 시간순으로 정리한다. 기억에 의존해 진술했다가 객관 자료와 어긋나면 그 자체로 신빙성이 떨어진다.
나. 피해 회복의 의미
조사에 앞서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거나 텔레그램 대화를 지우는 일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지운 기록은 포렌식으로 상당 부분 복원되고, 지웠다는 사실 자체가 범행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으로 쓰인다. 오히려 남아 있는 대화 속에 '정상 업무'라고 속인 조직원의 설명이 들어 있다면 그것이 고의를 다툴 가장 좋은 자료다.
다. 처벌 수위를 가르는 것
공범으로 인정되면 피해 금액 전체가 문제가 된다. 범행 가담을 인정하는 경우라면 피해자와의 합의나 형사공탁이 양형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 반대로 정말 몰랐다면 그 사정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초기에 내는 것이 우선이다.
5. 맺으며
보이스피싱 조직은 처벌 위험을 맨 아래 사람에게 떠넘기는 구조다. 고액 수당을 내건 단순 수금 일은 그 자체로 의심해야 하고, 통장 한 장을 빌려주는 일도 가볍지 않다. 피해자는 시간 싸움, 연루자는 정황 싸움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1. 2.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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