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자 12만 명을 둔 베트남 여행 유튜버가 공항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다가 한국인 남성에게 사기를 당할 뻔했다는 제보가 방송을 탔다. 남성은 채팅창에서 "비행기 표를 싸게 사게 도와주겠다"고 한 뒤 실제로 공항에 나타나 "항공사 지점장을 안다, 반값에 사게 해주겠다"고 거듭 제안했다. 지점장과 통화하게 해주겠다며 알려준 번호는 없는 번호였다.
유튜버는 제안을 거절하고 자기 돈으로 표를 샀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해당 영상이 올라가자 남성은 여러 SNS로 영상을 내리라고 요구했고, 이후 라이브 방송 채팅창에 "내가 너를 보고 있어", "간다. 기다려", "마지막 경고다" 같은 글을 남겼다고 한다. 돈은 한 푼도 오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법은 이 일을 어떻게 볼까.
1. 반값 항공권, 전형적인 접근 수법
정가보다 훨씬 싼 표, 내부 인맥, 서두르라는 압박은 항공권·공연표·숙박 사기에서 되풀이되는 장면이다. 보통은 "지점장에게 먼저 보내야 한다"며 계좌 이체나 선결제를 요구하고, 돈이 넘어가면 연락이 끊긴다. 확인용으로 내미는 전화번호나 사원증, 예약 화면도 꾸며낸 것인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라이브 방송이나 SNS로 일정과 위치가 공개된 사람에게 팬이나 구독자를 자처하며 다가오는 방식이 늘었다. 친근함을 앞세워 경계를 풀게 한 뒤 작은 부탁에서 금전 요구로 넘어가는 순서다.
이번 사건에서 남성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시청자 다수가 실시간으로 "사기 같다"고 경고했고, 유튜버가 돈을 보내지 않은 것이 결과적으로 피해를 막았다.
2. 돈을 안 보냈어도 범죄가 되는가
가. 사기죄와 사기미수
형법 제347조는 사람을 기망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은 사람을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돈이 넘어가지 않았더라도 재물을 받아낼 목적으로 기망행위를 시작했다면 사기미수가 될 수 있다. 다만 미수로 처벌하려면 금전 요구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기망이 있었고 그 목적이 증명되어야 한다. 이번처럼 돈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거절당한 경우에는 사기미수 성립을 다투기가 쉽지 않다.
나. 거절 뒤의 협박
오히려 무거운 문제는 거절 이후의 행동이다. 형법 제283조 제1항은 사람을 협박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한국에 오면 가만 안 놔둔다"는 말은 신체에 대한 해악의 고지로 볼 여지가 있다.
대법원 2007. 9. 28. 선고 2007도606 전원합의체 판결협박죄는 일반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해악을 고지해 상대방이 그 의미를 인식한 이상, 상대방이 실제로 공포심을 느꼈는지와 관계없이 기수에 이른다고 했다.
협박죄는 피해자가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라는 점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다. 반복된 메시지는 스토킹이 될 수 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정보통신망으로 글이나 말을 도달하게 하거나 상대방에게 나타나게 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스토킹행위로 정하고, 이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면 스토킹범죄가 된다. 여러 날에 걸쳐 SNS와 실시간 채팅으로 "보고 있다", "간다"는 글을 보낸 행위는 이 정의에 들어갈 수 있다.
3. 외국에서 벌어진 일, 한국 법이 닿는가
형법 제3조는 대한민국 영역 밖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도 형법을 적용한다. 행위자가 한국 국적이라면 베트남 공항에서의 행위와 온라인 메시지 모두 한국 수사기관에 고소할 수 있다. 피해자가 외국인이어도 마찬가지다. 다만 현지에 사는 사람을 실제로 조사하고 처벌하려면 국제 공조가 필요해 시간이 걸린다. 현지 경찰 신고를 함께 해 두는 것이 신변 보호에는 더 빠르다.
4. 이런 제안을 받았을 때
가. 송금 전에 확인할 것
항공권은 항공사 공식 홈페이지나 정식 등록된 여행사에서만 결제한다. 개인 계좌로 먼저 보내 달라는 요구, 지점장이나 직원 할인을 내세우는 말, 확인이 안 되는 전화번호는 그 자체로 경고 신호다. 상대가 건넨 번호로 확인하지 말고 항공사 대표번호로 직접 물어야 한다.
나. 이미 돈을 보냈다면
곧바로 송금한 은행에 연락해 사기 피해를 알리고 상대 계좌의 지급정지를 요청한다. 대화 기록, 계좌번호, 상대의 SNS 계정 주소, 방송 녹화본을 원본 그대로 저장한 뒤 고소장을 낸다. 상대 계좌에 남은 돈이 있다면 가압류를 함께 검토한다.
다. 협박성 메시지를 받고 있다면
메시지를 지우지 말고 날짜와 시간이 보이게 화면을 저장한다. 라이브 방송 채팅은 녹화본을 보관한다. 상대에게 대응하는 글을 올리기보다 차단 후 신고하는 편이 안전하다. 스토킹이 반복되면 수사기관에 긴급응급조치나 잠정조치를 요청해 접근과 연락을 막을 수 있다.
5. 맺으며
이번 일은 실시간 시청자들의 경고가 피해를 막은 드문 사례다. 반대로 공개된 일정과 위치가 낯선 사람의 접근과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보여 준다. 싸게 해주겠다는 사람에게는 먼저 의심하고, 거절 뒤 돌아오는 위협에는 기록과 신고로 답하는 것이 최선이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0. 27.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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