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이 '공소청 검사'라는 사람의 전화를 받았다. 본인 명의 계좌가 범죄에 쓰였고 구속영장이 나왔다는 말이었다. 상대는 주변에 알리지 말라고 했고, 구치소 대신 약식 조사를 받게 해 주겠다며 안심시켰다. 새 휴대전화를 사서 원격제어 앱을 깔게 했고, 피해자가 금융감독원에 확인 전화를 걸자 그 전화마저 조직원이 받았다.
피해자는 서울의 한 모텔에서 사흘 가까이 지내며 휴대전화 메모장에 반성문을 45장 분량으로 썼다. '계좌 추적 조사'를 명목으로 대출을 받아 3100만 원을 보냈고, 4200만 원 추가 대출 승인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경찰이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에서 받은 악성 앱 의심자 명단으로 연락해 구조했지만, 처음 보낸 3100만 원은 이미 계좌에서 빠져나간 뒤였다고 한다.
이른바 '셀프 감금'형 보이스피싱이다. 구조된 것은 다행이지만 피해자에게는 질문이 남는다. 이미 보낸 돈과 내 이름으로 받은 대출은 어떻게 되는가.
1. 수사기관은 전화로 돈을 옮기라고 하지 않는다
가. 사칭하는 기관명은 바뀌어도 요구는 같다
2026년 10월 2일 수사·기소 기관이 개편되자 사기 조직은 곧바로 새 기관명을 입에 올렸다. 이름은 바뀌어도 요구는 그대로다. 비밀로 하라, 새 휴대전화를 사라, 앱을 깔아라, 돈을 '안전한 계좌'로 옮기거나 대출을 받아 보내라. 실제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전화로 영장을 알려 주며 송금이나 대출을 요구하지 않고, 조사받을 사람을 모텔에 머물게 하지도 않는다.
나. 원격제어 앱이 깔린 순간 확인 전화도 믿을 수 없다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가 금융감독원에 건 전화를 조직원이 받았다. 악성 앱이 통화를 가로챈 것이다. 의심이 들면 그 휴대전화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전화나 유선전화로 112에 거는 것이 안전하다. 경찰이 여러 번 연락했는데도 피해자가 처음에 전화를 끊으려 했다는 대목은, 조직이 '경찰은 가짜'라고 미리 심어 두는 수법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보여 준다.
2. 보낸 돈은 어떻게 되찾나
가. 지급정지와 피해구제 신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자산 환급에 관한 특별법(옛 이름은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3조는 피해자가 돈을 보낸 계좌의 금융회사나 사기이용계좌의 금융회사에 지급정지 등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게 한다. 신청을 받은 금융회사는 제4조에 따라 사기이용계좌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으면 즉시 그 계좌 전부를 지급정지해야 하고, 돈이 다른 금융회사 계좌로 넘어갔으면 그곳에도 지급정지를 요청해야 한다. 정지된 계좌에 돈이 남아 있으면 이후 절차를 거쳐 피해환급금으로 돌려받는 길이 열린다.
문제는 속도다. 조직은 돈이 들어오자마자 여러 계좌로 쪼개 옮기고 인출한다. 이번 사건처럼 지급정지를 시도했을 때 이미 다 빠져나갔다면 돌려받을 돈이 남아 있지 않을 수 있다. 송금 직후 몇 시간이 회수 가능성을 좌우하는 이유다.
나. 계좌 명의인에게 청구하는 길
돈이 지나간 계좌의 명의인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대법원은 사기 피해금이 들어온 계좌의 명의인이 그 돈을 마음대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이 된다고 보았다. 그 사건의 피해자 역시 검사를 사칭한 전화에 속아 돈을 보냈다.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계좌명의인은 아무런 법률관계 없이 송금된 사기피해금을 피해자에게 돌려주어야 하므로 피해자를 위해 보관하는 지위에 있고, 이를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명의인은 대개 돈이 없다며 배상을 미룬다. 그래도 형사재판에서 배상명령을 신청하거나 민사로 부당이득 반환·손해배상을 청구해 판결을 받아 두면, 나중에 재산이 확인됐을 때 집행할 수 있다.
3. 내 이름으로 받은 대출은 어떻게 되나
가. 본인이 직접 받은 대출은 원칙적으로 갚아야 한다
속아서 받았더라도 본인이 직접 신청해 실행된 대출은 원칙적으로 본인의 채무다. 금융회사가 사기 정황을 알 수 있었는데도 대출을 내줬다는 사정이 있으면 다툴 여지가 있지만 쉽지 않다. 그래서 이번 사건에서 경찰이 현장으로 가는 동안 금융회사에 대출 승인 중단을 요청한 조치가 결정적이었다. 실행되기 전에 멈춘 4200만 원은 피해가 되지 않았다.
나. 명의가 도용됐다면 사정이 다르다
원격제어 앱으로 조직이 직접 내 명의 대출을 실행했다면, 본인이 신청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금융회사에 다투고 수사기관에 낸 신고 자료와 함께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기 전에 앱 설치 기록과 통화·문자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 중요하다.
4. 송금 직후 해야 할 일
가. 순서대로 움직인다
첫째, 다른 전화로 112나 금융회사 고객센터에 연락해 지급정지를 신청한다. 둘째, 원격제어 앱이 깔린 휴대전화는 인터넷 연결을 끊고 금융 앱 사용을 멈춘다. 셋째, 금융감독원의 개인정보 노출자 등록과 계좌 일괄 지급정지 서비스를 이용해 추가 피해를 막는다. 넷째, 송금 내역·통화 기록·메신저 대화를 캡처해 고소장에 붙인다.
나. 회수는 형사와 민사를 함께 간다
조직원이나 계좌 명의인이 붙잡히면 형사재판에서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명의인 재산이 확인되면 가압류를 먼저 해 두고 소송으로 간다. 피해금이 여러 계좌로 흩어졌다면 각 계좌의 지급정지 여부와 잔액을 하나씩 확인해야 한다.
5. 맺으며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악성 앱 의심자 명단을 받아 먼저 피해자를 찾아냈다. 피해를 막는 장치가 촘촘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도 이미 빠져나간 돈을 되찾기는 여전히 어렵다. 수사기관을 사칭한 전화가 비밀을 요구하고 돈을 옮기라고 하면, 그 자체가 사기라는 신호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0. 29.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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