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 2026. 11. 3.

사기죄 고소, 기망과 처분행위를 고소장에 어떻게 적어야 하나

약속을 어겼다는 사실만으로는 사기죄가 되지 않는다. 고소장에 기망행위, 착오, 처분행위, 인과관계를 어떻게 적고 어떤 증거를 붙여야 하는지 정리한다.

돈을 빌려주거나 물건값을 보냈는데 상대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많은 사람이 사기죄 고소부터 떠올린다. 그런데 수사기관에 가서 처음 듣는 말은 민사 문제 아니냐는 질문인 경우가 많다. 사기죄는 약속을 어긴 사람을 처벌하는 죄가 아니라, 처음부터 속여서 재산을 내놓게 한 사람을 처벌하는 죄이기 때문이다.

고소장이 받아들여지느냐는 결국 이 차이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적었느냐에 달려 있다. 사기죄의 요건과 최근 대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고소장에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 살펴본다.

1. 사기죄는 무엇을 처벌하나

가. 조문의 구조

형법 제347조는 사람을 기망해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사람을 처벌한다. 요건을 나누면 속이는 행위, 그로 인한 상대방의 착오, 착오에 따른 재산 처분, 그리고 이 셋 사이의 인과관계다. 하나라도 빠지면 사기죄가 되지 않는다.

나. 채무불이행과 무엇이 다른가

돈을 갚지 않았다는 사실은 채무불이행이다. 사기죄가 되려면 돈을 받을 당시에 이미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는데 있는 것처럼 속였다는 점이 드러나야 한다. 그래서 고소장의 중심은 돈을 보낸 뒤의 사정이 아니라 돈을 보내기 전, 상대가 무슨 말을 했고 그 말이 사실과 어떻게 달랐는지에 놓여야 한다.

2. 법원은 기망과 처분행위의 연결을 어떻게 보나

가. 최근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행사 장소를 사실과 다르게 말하고 기부금을 받은 사건에서 사기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 2026. 5. 8. 선고 2025도21542 판결

기망행위로 이뤄진 처분행위의 대상인 재산권과 무관한 기대나 이익이 침해됐다거나 계약 위반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재산권 처분과 관련한 계약 체결 자체를 기망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

나. 이 판결이 고소인에게 주는 교훈

상대가 어떤 말을 했고 그 말이 거짓이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거짓이 내가 돈을 내놓은 결정과 직접 연결돼 있어야 한다. 사실을 알았다면 돈을 보내지 않았을 핵심 사정에 대한 거짓인지, 아니면 부수적인 기대가 어긋난 것인지를 고소장에서 구분해 보여 줘야 한다.

다. 수사기관이 민사 문제라고 할 때

고소장을 내도 수사기관이 돈 문제는 민사로 해결하라며 소극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때 억울함을 다시 설명하기보다, 상대가 돈을 받을 당시 이미 다른 빚이 많았다거나, 같은 시기에 여러 사람에게 비슷한 말로 돈을 받았다거나, 받은 돈을 약속한 용도와 전혀 다른 곳에 바로 썼다는 자료를 보태는 편이 효과적이다. 상대의 재산 상태나 계좌 흐름은 개인이 확인하기 어렵지만, 고소장에 그런 정황을 구체적으로 적어 두면 수사기관이 금융거래 조회 등으로 확인할 단서가 된다.

3. 고소장에는 이렇게 적는다

가. 시간 순서로 기망 내용을 특정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수단으로 상대가 무슨 말을 했는지 시간 순서로 적는다. 투자금은 원금 보장된다, 다음 달 대출이 나온다, 물건은 이미 확보했다 같은 구체적 표현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좋다. 이어서 그 말이 실제로는 어떻게 달랐는지, 상대가 당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볼 사정이 무엇인지 적는다. 같은 수법으로 다른 사람에게도 돈을 받았다거나, 돈을 받자마자 다른 곳에 썼다는 정황은 처음부터 속일 의사가 있었다는 강한 근거가 된다.

나. 처분행위와 인과관계를 연결한다

그 말을 믿었기 때문에 돈을 보냈다는 점을 분명히 적는다. 송금일, 금액, 계좌, 송금 직전 대화를 나란히 배치하면 기망과 처분의 연결이 한눈에 보인다. 사실을 알았다면 보내지 않았을 이유도 함께 적는다.

다. 증거는 원본으로 정리한다

메신저 대화는 상대 계정 정보가 보이도록 캡처하고, 가능하면 대화 내보내기 파일도 함께 보관한다. 이체 내역, 계약서, 녹음 파일, 광고 화면을 날짜 순으로 번호를 붙여 증거 목록을 만든다. 상대가 대화를 지우거나 계정을 없애기 전에 빨리 보존해야 한다. 전화로만 오간 말이라면 통화 직후 날짜와 내용을 메모해 두고, 이후 문자로 그 내용을 확인하는 대화를 남겨 두는 것도 방법이다. 상대가 돈을 갚겠다며 보낸 각서나 차용증, 변명 메시지도 버리지 말아야 한다. 변명 속에 처음 했던 말과 어긋나는 내용이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4. 고소와 함께 생각할 것

고소는 처벌을 구하는 절차이고, 돈을 돌려받는 절차는 따로 있다. 상대 재산이 남아 있다면 가압류를 먼저 검토하고, 형사재판이 열리면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피해 금액이 크다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될 수 있어 피해 금액을 정확히 계산해 적는 것도 중요하다. 민사상 청구권에는 소멸시효가 있으므로 형사 절차만 기다리다 기간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5. 맺음말

사기죄 고소의 성패는 억울함의 크기가 아니라 기망의 구체성에서 갈린다. 돈을 보내기 전에 들었던 말, 그 말이 거짓이었다는 근거, 그 말 때문에 돈을 보냈다는 연결을 정리하는 것이 고소장의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감정적인 표현보다 날짜와 숫자로 쓴 고소장이 수사기관을 움직인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1. 3.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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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신동우 대표변호사

법학박사 ·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변호사·이혼전문변호사 · 대온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사건을 상담부터 판결까지 직접 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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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동우 대표변호사 · 2026.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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